[청소년의 시각] 나도 겪었던 침묵의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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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시각] 나도 겪었던 침묵의 살인자
  • 심하진 (수원연무중 3학년)
  • 승인 2021.01.0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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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의 선택은 질병과 죽음으로 이어져
수원연무중 3학년 심하진

나에게 한 통의 문자가 왔다. 

‘귀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청이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서울 아산병원에 원인 모를 호흡기 환자가 그증함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에 독성을 확인한 사건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 피해를 입었고 나도 경미하지만 그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이처럼 인간이 편리함을 위해 만든 물질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 물질은 또 있다.

환경생태학자인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통해 이러한 물질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의 앞부분에 저자는 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미 대륙에 인간과 자연이 매우 조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이 있었다. 

마을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오곤 했다. 어느 날 낯선 병이 마을을 뒤덮더니 가축은 물론이고 잘 놀던 아이들까지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그럼 이 병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사악한 마술도 악독한 적의 공격도 아니었다. 바로, 인간들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다. 아마 이 이야기를 듣고 실제 이야기가 아니거나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살충제를 소개한다. 정확히 하면, 살충제에 들어있는 DDT와 DDD, 알드린과 엘드린이다. DDT는 과거 살충제에 사용하였고, 지금은 사용 금지된 화학물질이다. 

DDT는 해충을 죽이는 데는 강력하지만, 인체에는 무해한 물질로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DDT를 전쟁 중 피난민과 군인, 포로들에게 마구 뿌렸었다. 

하지만 무해한 줄 알았던 DDT는 몸속 부신과 고환, 갑상선에 축적되어 각종 병을 유발했으며 DDT가 뿌려진 식물을 통해서도 2차 감염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DDT뿐만이 아니다. 다른 지역인 캘리포니아 클리어 호수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클리어 호수는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좋은 호수로 각다귀라는 곤충이 살기 적합한 환경이다. 

이러한 각다귀들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은 DDT와 비슷하지만 물고기에게는 덜 해로운 DDD를 뿌렸다. 각다귀들은 박멸되었고, 표면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겨울, 클리어 호수에 사는 논병아리가 100여 마리나 죽었다고 보고되었다. 호수에는 DDD가 최대 0.03ppm이 살포됐지만 논병아리에게 호수의 80만 배의 DDD가 발견되었다. 

이 사실이 충격적이라 클리어 호수에 사는 생물들을 조사해 보았더니 플랑크톤에는 250배의 DDD가, 물고기에는 8,500배, 육식성 어류는 12만 5천배의 DDD가 검출되었다. 

아주 적은 양을 살포하여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생태계는 피라미드의 형태로 차츰차츰 무너져 갔다.

책은 ‘로마의 체사레 보르자 가문에 초대된 손님’이 죽을 줄도 모르고 열심히 만찬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처럼 살충제에 의지한 인간을 비난한 것이다. 

저자가 경고하고 싶은 이야기는 생명체 중 유일하게 독극물을 만드는 종인 인간에게 맹독성 물질은 맛있는 만찬처럼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 너무나 친근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우리 생활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미용실 바닥의 반짝이는 물질, 영수증, 샴푸 모두 암 유발 물질로 맹독성 물질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DDT와 DDD, 엔드린과 알드린 모두 지금은 사용 금지된 화학 물질이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아모기를 죽이기 위해 DDT를 합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즉, 우리의 삶은 맹독성 물질과 뒤엉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편리함과 몇 종류의 해충을 없애기 위해 자연환경을 전부 오염시키고 그 자신들마저 질병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욕심이 낳은 무지함이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더이상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는 화학물질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살충제 대신 천적을 이용하여 해충을 죽일 수도 있고, 자연 발효액을 이용해 해충을 없앨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맹독성 물질을 조사해 사용금지 처분을 내리고 지구를 괴롭히지 않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친환경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교토의정서와 같이 지구 보존을 위한 국제적 협약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나라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청정에너지 기술에 투자를 집중적으로 할 시기이다. 

환경운동은 특별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 정부, 기업, 국민 개개인이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간다면 지구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가 웃는 그 날이 꼭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편집/구성 = 김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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