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논술 따라잡기] ❸ 기출문제를 적극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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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논술 따라잡기] ❸ 기출문제를 적극 활용하라!
  • 김재호
  • 승인 2019.02.0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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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논술 따라잡기] ❸ 기출문제를 적극 활용하라!

법정에서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에는,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각종 증거들과 함께 원고(검사)와 피고(변호사)의 변론을 모두 수렴한 후 성문화된 관련법을 적용해 위법 사실이 있는지 없지를 따져 최종 결정한다. 형사소송의 경우 형법 및 형사소송법 등을 적용하고 민사소송의 경우 민법이나 민사소송법 등을 근거로 법리해석을 하는 게 정석이다. 이처럼 재판과정에서 관련법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외에도 추가로 한 가지 잣대를 더 들이댄다. 그것이 바로 판례법이다. 판례법이란 어떤 법률문제(사건)에 관한 재판의 선례, 즉 과거 유사한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사례를 말한다. 판례법은 헌법이나 형법, 민법처럼 정형화된 법이 아니라 과거의 특정 사건에 대한 판결사례이다. 하지만 과거의 판결사례라 하더라도 재판에서 판례법은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매우 중요한 법적 근거로 활용된다. 유사한 사건에 대한 판결은 재판에서 매우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논술에서도 과거 출제됐던 기출문제는 논술을 대비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최소 3~5년치 기출문제를 익혀라!

모든 시험에서 기출문제는 그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교본이다. 다수의 출판사에서 수능 기출문제집을 출간하는 것을 보면 수능도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논술전형에서 기출문제는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 수가 많은 수능과 달리 논술은 두세 문제 정도이기 때문에 문제의 유형 뿐만 아니라 문제의 주제 등 많은 부분에서 기출문제는 최고의 나침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술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원한 대학의 논술 문제의 유형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외대처럼 문제의 유형을 대폭 바꾸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대학들이 수험생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제의 유형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 때문에 지원한 대학의 문제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출문제가 특효약임에 틀림없다.

다음으로 문제의 유형을 파악했다면, 그 문제에 대한 답안을 만들기 위해 전체적인 글의 구도나 내용, 사례 활용법 등을 익혀야 한다. 이런 훈련을 통해 최적의 답안을 작성해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해당 연도 모의논술을 비롯, 최소한 3~5년치의 기출문제는 외울 수 있을 정도로 꿰차야 한다. 문제의 요구에 걸맞게 전체 글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또 단락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사례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을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3~5년치의 기출문제를 살펴보면, 해당 대학이 선호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들도 포착할 수 있다. 실제로 중위권 A대학 10여년간의 기출문제 주제를 살펴보면, 경제적 불평등을 비롯해 민족주의, 문화, 세계화, 환경문제 등의 주제가 빈번하게 출제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자주 출제되는 주제에 대한 다양한 글이나 신문기사 및 칼럼 등을 꼼꼼히 읽고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잘 아는 주제가 나오면 시험에 임하는 자세부터 자신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대학의 기출문제도 섭렵해야…

몇 해 전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뒤늦게 논술을 시작한 한 학생을 만났다. 그 학생의 어머니께서는 우리 아이는 이화여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 이화여대 기출문제를 집중해서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필자는 그 학부모님을 설득했다. 늦게 시작했지만,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대학의 기출문제를 접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런 설득에도 그 학부모님께서는 막무가내로 이화여대 기출문제에 집착했고, 그러다 다른 학원으로 옮기고 말았다. 그 학생이 어느 대학을 진학했는지는 알 수 없다. 또 논술로 진학했는지 정시로 갔는지도 모른다. 다만 목표한 한 대학의 기출문제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다.

논술의 주제와 제시문은 이 대학 저 대학을 막론하고 중첩되기 마련이다. 가령 ‘행복’이라는 주제를 놓고 본다면, 서울대 2006학년도 수시를 비롯해 연세대 2015학년도 모의논술, 성균관대 2010학년도 모의논술과 2015학년도 수시(인문계열), 한양대 2013학년도 모의논술, 경희대 2008학년도 수시, 숙명여대 2017학년도 수시, 동국대 2015학년도 수시, 성신여대 2013학년도 수시 등 다수의 대학에서 출제됐다. 그런데 ‘행복’이란 주제는 동일하지만 문제에서 묻고자 하는 요구나 문제의 유형은 제각각이다. 때문에 다양한 대학의 동일한 주제의 문제를 꾸준히 연습한다면 비슷한 주제의 내용에 접근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특히 대학별로 동일한 주제의 문제를 살펴보면 비슷하거나 똑같은 제시문이 나온 경우도 적지 않다. 논술주제 못지않게 제시문도 동일한 제시문이 빈번하게 출제되는 것이다. 2014학년도에는 ‘경제적 인센티브’라는 공통된 주제로 수시1차 동국대에서 나왔던 제시문이 수시2차 서강대에서도 똑같은 제시문이 출제된 적이 있다. 또 2017학년도에도 수시1차 동국대에 나왔던 제시문이 수시2차 단국대에서도 출제되기도 했다. 이화여대 2010학년도에 나왔던 제시문이 동일한 ‘노동’이라는 주제의 성균관대 2017학년도 수시(인문계열)에도 똑같이 출제됐다.

이처럼 논술 주제 뿐만 아니라 제시문도 이 대학 저 대학 중복해서 출제되기 때문에 한 대학의 기출문제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대학의 다양한 유형과 주제의 문제를 충실히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 임박해선 해당 대학 집중해야

물론 시험을 1~2주 앞두고 있을 때에는 지원한 대학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의 유형을 익히고 이에 따른 좋은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수시지원이 끝나기 전까지, 즉 1~9월초까지는 다수 대학의 문제를 접하면서 다양한 문제 유형과 주제를 익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후 수시 입시원서 접수가 끝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지원한 대학의 문제유형에 익숙해지도록 기출문제를 집중해서 써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한양대 국어교육학 석사 

논문, 「대학입시 논술문제 유형화와 지도방법에 대한 연구」

이슈&논술 입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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