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시각] 학원 다닐 기회마저 뺏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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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시각] 학원 다닐 기회마저 뺏지 마세요
  • 안준성 학생 (배재고 1학년)
  • 승인 2019.08.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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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1학년 안준성
배재고 1학년 안준성

대한민국 학생들의 일주일 시간표는 월화수목금금금이다. 바로 주말이 없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주말에 마음껏 놀지도 쉬지도 못하고 학원에 잡혀 산다.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주말이란 학교생활을 하는 평일보다도 더 빡빡하게 공부해야 하는 날이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일요일만큼이라도 학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학원 일요 휴무제를 내세웠다.

학생의 입장에서 단순하게 생각하면 일요일에 학원이 쉬는 것은 좋다. 직장인들도 주말동안에 쉬는 시간을 갖는 마당에 학생들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학교, 학원을 다니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 쉬는 시간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학생들은 정반대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평일보다 더 빡빡한 스케줄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될 시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요일에 학원을 안 가고 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여기서 우리 청소년들이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일요일에 학원을 쉬게 한다고 정말 학생들이 그 날에 온전히 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입시 지옥 속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학부모, 학생들은 분명 학원을 대체할 방법을 찾게 된다. 학원이 아닌 집에서 하는 과외 열풍이 지금보다 더 강하게 불 거나 아니면 법의 규제를 피해 암암리에 진행되는 변종 사교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른바 있는 집자식들은 일요일 학원을 대체할 다양한 수단들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은 그나마 다니던 학원을 갈 기회마저 박탈당하게 되는 게 아닐까.

웃픈 현실은 평소 월화수목금금금이란 살인적인 스케줄에 학생들은 이미 적응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말에 학원을 가는 것은 거의 당연시 되고 있다. 심지어 학원을 안가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일요일에 학원을 가지 못하게 막는다면 학생들은 큰 불안감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학생의 쉴 권리와 경쟁 구도 완화를 취지로 하는 학원 일요 휴무제는 이론상으로는 좋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쉴 시간을 주고 사교육비를 줄이자는 취지와는 다르게 과외나 변종 사교육 시장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일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공부할 게 뻔하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냥 학원을 다니겠다. 일요일에 몹시도 쉬고 평범한 고등학생인 내가 서울시교육청의 학원 일요 휴무제에 반대하는 이유다.

 

 

 

편집 : 김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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