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시각] 나의 첫 저서 'On the Move'로 본 학창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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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시각] 나의 첫 저서 'On the Move'로 본 학창 시절
  • 안소민 학생 (청심국제고 3학년)
  • 승인 2019.10.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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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국제고 3학년 안소민
청심국제고 3학년 안소민

 2018년 책 ‘On the Move’를 출판하게 됐다. 

중학교 시절 교내 동아리 차원에서 학교 신문에 글을 싣거나 친구들끼리 원고를 모아 잡지 발행 정도는 실행한 적이 있었지만 내가 직접 쓴 책을 출간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나의 첫 작품인 ‘On the Move’를 제작하기 위해 스스로 글을 쓰고 편집한 후 마지막까지 출판하는 이 과정은 어떤 경험보다 보람찼고 실물 책이 손에 쥐어지는 순간 나는 동네방네 자랑하고픈 마음이 가득했다.

"무슨 내용이야?"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오래전부터 말하더니 진짜 이야기를 쓴 거야?"

책을 출판 후 바로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먼저 알릴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들이다. 어린 시절 동화책 쓰기나 상상력을 발휘하여 짧은 글짓기를 좋아하던 나에게 어쩌면 당연한 의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On the Move’는 하나의 스토리로 이루어진 책이 아니다. 만 4세부터 작년 18세까지 14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동안 내가 써 두었던 모든 영문 글을 엮은 작품이다.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 동네 문방구에서 산 공책에 끄적거린 문장들과 언뜻 추상화와 같은 나의 그린 그림들부터 초등학교 시절 첫 영어 발표, 중학교 시절 수많은 독후감과 과제, 고등학교 시절 소논문과 에세이, 이 모든 것이 한 책에 담겨 있는 것이다.

간혹 한국에서 태어나 인생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낸 내가 왜 영어 글만 모아 모국어인 한국말이 아닌 영어로 책을 출판하는 걸 결정했는지 의문을 갖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듣고 보면 맞는 말이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처음 원고 정리를 할 때 나의 정서적, 학문적 성장을 표현하기에 꼭 필요한 글이 한국말로 쓰여 있을 때 번역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글을 쓰는 것보다 많이 애를 썼던 것 같다. 당시의 감정이나 어휘 수준을 기억해내어 단어의 색깔이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며 글을 재해석한다는 활동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된 작업이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썼던 글들은 번역하는 데에 시간이 더 오래 걸렸으며 번역 작업 이후에도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은 원고에서 과감히 삭제하기 도 했다.

그럼 왜 영어로 출판하기를 결정하였는가. 이에 대한 답변은 의외로 간단하다. 원고를 모아보니 한국말로 쓴 글보다 영어로 쓴 글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영어로 쓴 글들이 더 많은 까닭을 생각해보면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더 편해서이다.

 

(사진제공 : 본인) 점자 책이 된 'On the Move'를 손에 드는 순간 만족스런 웃음을 짓는 안소민 학생
(사진제공 : 본인) 점차 책으로 재탄생한 'On the Move'를 손에 드는 순간 만족스런 웃음을 보이는 안소민 학생

 

다양한 주제와 내용이 있는 'On the Move'를 읽다 보면 중학교 초반부터 나의 관심사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현대 사회 이슈를 향한 나의 지속적인 관심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글이 많이 등장한다.

초등학교 때의 이민자와 시각 장애인 문제가 나의 눈에 띄었고 중학교 때는 페미니즘과 성 소수자 문제에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다문화와 종교에 관심을 가져 다방면적인 사회문제 연구를 하거나 스스로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앉아서 생각하기만 하지 않고 내 생각을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서 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나의 일상생활에 점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새로운 바람 중 하나는 사회학이란 학문에 푹 빠지게 된 것이다. 스스로 전문서적이나 연구논문을 찾아보고 존경하는 사회 선생님이랑 사회학전공 대학교수님들께 사회 이슈에 관한 내 생각을 적은 메일을 보내 의견을 나눠보기도 했다.

중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함께 ‘Minor is Major’라는 동아리를 설립하여 성 소수자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활성화한 적도 있다. 

특히 고등학교 2학년 때는 ‘Multi-flower bloom’이라는 다문화 동아리의 장을 맡게 되어 부원들과 매달 글을 쓰고 동아리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의 활동을 진행했었다. 

다문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쓴 글 중 ‘Multiculturalism in Ancient Greece’ 등 일부는 나의 저서 ‘On the Move’에 싣기도 하였다. 

 

(사진제공 : 본인) 부산점자도서관에서 기증된 점자 버전 책 'On the Move'와 저자 안소민 학생의 모습
(사진제공 : 본인) 부산점자도서관에서 기증된 점자 버전 책 'On the Move'와 저자 안소민 학생의 모습

 

하지만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진행한 여러 경험 중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On the Move’ 책이 점자로 번역되고 출간하여 부산 점자 도서관에 기증한 순간이었다. 

처음 책을 영어로 완성한 이후 뿌듯하고 조금은 신기하기도 하였지만 뭔가 부족한 듯했다. 책에 대한 소개를 수정해 보기도 하고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판매가 되는 책을 보고도 아직 나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을 보충하면 좋을지 일주일 밤낮을 고민하다 영어책을 점자로 번역하는 걸 생각했다. 나의 책을 점자로 번역하여 시각 장애인에게도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점자로 번역하여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 남들보다 고난과 역경을 겪었던 한 가족 구성원에게 보답하고 싶었고 시각 장애인 문제는 초등학교 때부터 많은 고민과 관심을 꾸준히 가졌던 주제이기 때문에 더더욱 점자책을 만들기로 한 결심을 굳혔다.

영문 글을 한국말로 번역하고 다시 점자로 번역한 완성본을 들고 점자 도서관에 들어서니 가슴 속 한구석에 맺혔던 답답했던 것이 사라지고 숨이 탁 트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저서가 점자책 출간이 되기까지 그 과정에서 나는 잠시나마 나의 학창시절을 돌아보고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 비공식적으로 ‘On the Move’에 추가될 나의 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기만 하다. 글을 쓰는 수년간 끝없이 지원해주고 도와주었던 친구들과 가족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이 글을 마치겠다. 

 

 

편집 : 김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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