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시각] 스마트폰 중독, 과연 청소년만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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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시각] 스마트폰 중독, 과연 청소년만의 문제일까?
  • 홍유호 학생 (대원외고 2학년)
  • 승인 2019.10.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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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외고 2학년 홍유호
대원외고 2학년 홍유호

 중학교 때 스마트폰 사용과 중독에 대한 강의를 강당에서 들은 적이 있다. 우리 학교에 오신 강사님께서는 한국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전반적으로 너무 길다고 말씀하셨고 스마트폰 사용이 어떻게 우리 학업, 교우 관계, 그리고 정신 건강에 문제가 되는지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 주셨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지금, 그 강의 내용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강의 쉬는 시간에 강당 무대 뒤편에서 열심히 스마트폰을 보고 계셨던 강사님의 모습이다. 

나는 여기서 그 강사님의 이중성을 고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이미 우리의 삶에 너무나도 깊숙이 박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스마트폰 사용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에게조차 스마트폰은 이미 떼어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실제로, ‘2018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혹은 스마트폰에 과의존하고 있는 학생은 19만6337명(15.2%), 즉 20만 명이 조금 안 되는 수였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이토록 스마트폰에 중독되고, 과의존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을 때,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한 가지 심리 실험이 있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브루스 알렉산더 (Bruce K. Alexander)의 이른바 ‘쥐 공원’ (Rat Park) 실험이었는데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 내용이 너무나도 놀라워서 오래 기억에 남았던 실험이었다. 

이 ‘쥐 공원’ 실험에서 알렉산더는 실험실에 쥐를 키울 수 있는 2가지 공간을 마련했다. 하나는 푹신하고 깨끗한 톱밥과 따뜻한 빛, 그리고 평온함을 주는 초록색 벽지로 꾸며진 쥐를 위한 공원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어두컴컴하고 쇠창살이 있는 쥐 우리였다. 

쾌적하게 꾸며진 공원에는 한꺼번에 여러 마리의 쥐들을 풀어 놓았고 음침한 우리에는 오로지 쥐 한 마리만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양쪽 공간에 모두 각각 두 개의 물병을 놓았는데 하나는 물이 담긴 병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모르핀 희석액이었다. 

실험자들은 두 공간에 쥐들을 같은 시간 동안 놓아두고 각각의 장소에서 쥐들이 먹은 물의 양과 모르핀 희석액의 양을 비교해서 중독 여부를 조사했다. 

실험 결과, 홀로 어두컴컴한 우리에 갇힌 쥐들은 거의 모두 모르핀에 중독되었지만 넓고 깨끗한 공원에서 다른 생쥐들과 지낸 쥐들은 중독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쾌적한 우리의 쥐들은 처음에는 호기심을 갖고 모르핀 희석액을 마셔보기도 했지만 그것에 대한 집착은 보이지 않았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쥐 공원’ 실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중독의 원인으로는 마약 자체보다 그 대상이 처해 있는 상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대한민국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이 왜 심한 편인지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그토록 의존하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사용시간이 길어서보다는 대한민국 청소년이 살아가는 환경이나 일상 자체가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이라고 유추했다. 

단순히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사용시간이 긴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양쪽의 쥐 우리 모두에 같은 양의 모르핀 희석액이 있었던 것은 말이다. 중요한 것은 쥐들이 어느 환경에 있었느냐, 이 경우 한국 청소년들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사느냐이다. 

(출처 : 연합뉴스 / 왼쪽부터) 표 (1) OECD 주요국 어린이·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 순위 / 표 (2) 세계 학업 스트레스 지수
(출처 : 연합뉴스 / 왼쪽부터) 표 (1) OECD 주요국 어린이·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 순위, 표 (2) 세계 학업 스트레스 지수

위 표 (1)을 보면 대한민국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중 22개국으로,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표 (2)를 보면 학업 스트레스는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학교생활 만족도는, 자연스럽게 OECD 국가들의 평균 이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쥐 공원’ 실험에 대입하자면, 한국 청소년들이 지내는 곳은 밝고 쾌적한 공원이 아니라 어두컴컴한 우리이다. 

어두컴컴한 우리에 갇힌 쥐가 물 대신 모르핀 희석액을 선택했듯이 대한민국 청소년들도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된 것이 아닐까? 

중독은 본래 도피성을 지닌다. 중독성이 있는 알코올, 게임, 마약은 모두 현실 세계를 잊게 해줄 수 있다는 공통 기능이 있다. 만약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면 그들이 처해 있는 현실 세계가 도피하고 싶은 부정적인 상황이라는 걸 암시한다. 

비록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 제도와 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위한 교육이 실행하고 있지만 이는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줄여줄 뿐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청소년들이 힘든 하루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일상이 아닌, 행복하고 여유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주어야만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 : 김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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