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읍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숙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계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나는 이 시에서 첫 문장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눈이 가득히 왔읍니다”는 “눈이 많이 왔읍니다” 보다 더 따뜻하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 단어 하나에 따라 어감이 이렇게 달라지는 데 따듯하게 이 시를 풀어낸 시인의 실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턱을 괸 채 만년필을 들고 글쓰기에 열중하는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눈이 내리고 있을 것이고 그 눈을 바라보다 책상 위에 놓인 봉투가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가만 지켜보다 누나 생각을 하며 슬쩍 미소 지었을 수도 있다. 그러다 밖으로 나가 하얀 봉투에 눈 한 줌을 조심스레 털어 넣었겠지.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시를 마음껏 감상하고 상상하다 보니 한 구절이 떠올랐다. 손원평의 소설 ‘아몬드’에서 본 구절이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만화 속의 세계는 너무나 구체적이여서 더 이상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중략) 영화나 그림은 여자의 피부, 표정, 손톱 길이까지 전부 정해놓고 있었다….”
시는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도 다르고 느낀 점도 다르다. 그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에게 오는 대로 자유롭게 느끼는 점이 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듬성듬성 뚫려 있기에 마음껏 채울 수 있는 부분. 시를 그려보고 느끼며 나는 온전히 행복했다.
시험 보기 위해 시를 읽었던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진정한 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편집/구성 : 김소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