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시각] 아름다운 시를 사랑하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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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시각] 아름다운 시를 사랑하다 ②
  • 김주은 (수원창현고 1학년)
  • 승인 2020.01.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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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장, 단어 소름 끼쳐"...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는 사랑을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즈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알응알 울을 것이다. 

 

할 일 없이 시집을 뒤적이다 이 시를 발견하고는 숨이 막혔다.

눈이 소복히 내리는 밤 초가집의 대청마루에 앉아 소주를 마시는 시인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시인을 둘러싼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저 멀리서 노란 호롱불이 한 두 개 밝혀져 오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나타샤를 생각하는 시인을 생각했다.

문장, 단어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다워 소름이 끼쳤다.

시를 읽고 이렇게 그 풍경이 생생히 그려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섬세하고, 모든 단어가 눈부셨으며 아련했다. 한동안 이 시가 주는 감동에 휩쓸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수원창현고 1학년 김주은
수원창현고 1학년 김주은

편집/구성 : 김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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