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인터뷰] 수원창현고 여자펜싱부, "소녀 검객의 등장"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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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인터뷰] 수원창현고 여자펜싱부, "소녀 검객의 등장" ①
  • 김소은 기자
  • 승인 2020.03.03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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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보다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합에 출전"
수원창현고 펜싱부 김태희선수와 김시은 선수를 만나다
왼쪽부터 수원창현고 펜싱부 졸업생 김태희 선수, 김시은 선수. / 사진 = 김소은 기자

2015년 창단 이래 수원창현고등학교 여자펜싱부(이하 창현고 펜싱부)는 수원시펜싱협회에서 장학금 기부와 식비, 대회 출전비, 신발, 도복, 칼 등 선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학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 덕분에 수원의 명문 펜싱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마용기 감독이 이끄는 창현고 펜싱부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인 주장 김태희 선수(졸업생)는 ‘제57회 대통령배 종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누르고 3위를 차지해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을 받았다.

김태희 선수는 23세 이하(U-23) 국가 대표로, '2019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체전에 출전해 우승의 영광을 차지하고 동시에 이 대회에서 한국 펜싱이 6년연속 종합우승을 달성하게 해 준 주역 중 한 명이다.

또 다른 신예 김시은 선수(졸업생)는 '제48회 회장배 전국남녀종별펜싱선수권대회' 에페부문에서 정상에 오르고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펜싱 여고부 에페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어 2관왕을 오르는 등 2019년에 엄청난 활약상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 곳에서 김태희 선수와 김시은 선수는 후배들의 존경을 듬뿍 받는 선배들이며 닮고 싶은 ‘워너비’라고 한다.

지난 12월 수원동성중 펜싱부 훈련장에서 창현고 펜싱부(에페)에 좋은 소식을 가져온 이 두 선수를 만났다.

인터뷰하는 순간에도 이 둘은 서로 말장난을 섞어가며 웃다가도 펜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만난 펜싱”

서울 송파에 살았던 김태희 선수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펜싱을 취미로 시작했다고 한다.

김태희 선수는 “TV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펜싱 사브리 종목의 한국 선수들이 큰 활약상을 보고 펜싱을 하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막 하다가 대치동에 위치한 펜싱클럽을 다니게 됐다”며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중학교 코치님인 김영아 코치님을 만나고 나서였다”고 말했다.  

펜싱을 다소 늦게 시작해 유급을 선택한 김태희 선수는 유급을 선택하기 전에는 많이 고민을 했다며 “힘들어서 펜싱, 이제 그만둬야지 생각했는데 시합에서 1등을 하니깐 포기를 못 하고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며 펜싱은 저의 인생이 됐다고 전했다.

운명인건가, 김태희 선수와 마찬가지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펜싱 경기를 보고 반해서 김시은 선수도 펜싱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김시은 선수는 TV로 안보고 직접 경기를 관람하러 군산에서 인천까지 갔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 학교스포츠클럽에서 펜싱을 입문하게 된 김시은 선수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출전하는 대회마다 성적을 내지 못했다며 “펜싱이 정말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과거를 기억했다. 

이어 김시은 선수는 “2018년 때 동계훈련도 열심히 해서 코치님과 부모님 모두 그 해 3월에 나간 시합에서 메달을 딸 거라고 예상했지만 예선탈락 했다”며 “진짜 펜싱을 포기해야지 했는데 엄마가 다음 시합해서 꼴등해도 되니깐 끝까지 해보자고 했다”고 살짝 울먹이면서 이야기했다.

고등학교때 펜싱을 아예 포기하려고 할 정도로 스스로 많이 지쳤다던 김시은 선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나간 ‘제31회 한국중·고펜싱연맹회장배 전국남녀펜싱선수권대회’에서 첫 메달을 따게 됐고 꿈에 그리던 메달을 목에 건 딸의 모습을 보고 엄마는 많이 울었다고 한다.

“할 만큼 했다고 주저앉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첫 승리보다 기억에 남는 시합은 따로 있다며, 김시은 선수는 지난해에 열린 ‘2019 폴란드 토룬 세계청소년펜싱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쾌거를 떠올렸다.

김시은 선수는 “그 대회가 처음 나가 본 외국에서 시합이었고 예선 탈락 위기여서 메달에 대해 큰 기대를 안했다”며 “메달보다는 하나씩 찬찬히 이겨보자고 생각했던 시합이었다”고 어쩌다보니 세계선수권 동메달의 숨겨진 이야기를 설명했다.

김태희 선수는 2017년 국가대표 선발전이 고 1때 처음 나가 본 큰 시합이고 국가대표 언니들도 실제로 봐서 가장 뜻깊은 대회였다며 “존경하는 신아람 선배를 상대선수로 경기에 만났고 또 그 대회에서 동메달까지 획득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 해 첫 대회였기 때문에 다른 경기에서 쌓은 성적이 없어 국가대표에 못 들어갔지만 대신 23세 이하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태극마크를 달고 나간 ‘2019 U-23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1등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워낙 뛰어난 성적을 보여준 김태희 선수와 김시은 선수는 자신들이 창현고 펜싱부에서 잘 나가서 후배들이 닮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왼쪽)김태희 선수와 (오른쪽)김시은 선수는 서로 더 잘하다고 칭찬했다. / 사진 = 김소은 기자

1초의 판단으로 오심도 생기는 펜싱은 집중력 싸움이라는 김태희 선수는 “진짜 강도 높은 훈련이 저희 펜싱부의 비결입니다”며 “힘들다고 생각할 때 더 훈련을 해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게 체력도 쌓고 정신력도 쌓는데 도움이 된다”고 멋있는 선배 포스를 보여줬다.

김시은 선수는 “저는 고등학교 코치님이신 천영호 코치님의 훈련이 많이 도움됐다”며 “엄청 힘들지만 그만큼 저에게 도움이 됐다”고 창현고 펜싱부 선수들의 실력 상승의 비결을 알려줬다.

“아픈데 참고 하면 멋있다고? 전혀 아니다”

카리스마 선배미를 뿜어내는 김태희 선수는 경기에 지면 상대방 선수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서 스트레스를 받은적이 많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찾아오면 김태희 선수는 “펜싱 생각을 안 하고 친구들이랑 놀거나 아예 다른 걸 하면서 펜싱을 내 머릿속에서 삭제한다”고 전했다.

또 운동하다가 부상이 생기며 바로 훈련을 쉬는 게 중요하다는 김태희 선수는 “아픔을 참고 하면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며 “계속하면 부상이 더 악화돼 쉬는 시간만 더 길어지니깐 몸이 아프면 가장 중요한 건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징크스가 따로 있냐는 질문에 김시은 선수는 고민하다가 “썼던 장비를 계속 쓰게 된다”며 “다른 칼을 사용하면 좀 불안하다”고 전했다. 이에 김태희 선수는 “시합 전에 장난삼아 물병을 던져서 한 바퀴 돌아 딱 세워지면 뭔가 느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후배들이 성적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재밌게 펜싱을 했으면 좋겠어요“...②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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