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인터뷰] 수원파장초 배구부, "쉿! 승리의 부적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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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인터뷰] 수원파장초 배구부, "쉿! 승리의 부적은..." ①
  • 김리원 기자
  • 승인 2020.05.01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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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파장초 배구부 졸업생 4총사... 각 선수마다 다른 색깔 속옷 징크스
"한국도로공사 여자배구단 코치인 아빠도 인정한 나의 배구실력"
왼쪽부터 수원파장초 배구부 졸업생 안호정 선수, 서유라 선수, 김아인 선수, 천수아 선수. / 사진 = 김리원 기자  

수원파장초 여자배구부(이하 파장초 배구부)는 2003년 3월에 창단한 수원지역 대표 초등학교 배구팀으로 5, 6학년 학생 12명으로 구성됐다. 

2018년 제73회 전국남녀종별 배구대회 준우승에 이어 2019년 3월에 열린 경기도 소년체전선발전(이하 소년체전선발전)에서 우승을 거두고 같은해 개최한 제24회 재능기 전국초등학교배구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또 작년 제52회 추계배 전국초등학교 배구대회(이하 추계배)에서 수원파장초 여자배구부(이하 파장초 배구부)는 최종 우승을 차지해 정상에 올랐다.

추계배에서 큰 활약을 보인 주장 안호정 선수는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히고 서유라 선수는 세터상, 유병주 감독교사는 지도자상을 수여 받아 작년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초등학교 최강 배구팀의 명성과 동시에 이들은 경기에 나가면 '뿌까' 머리를 하고 나와 시선집중하게 만드는 데 이러한 점을 보면 분명 다른 배구팀과 다른 파장초 배구부만의 숨겨진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 연말 추계배 우승의 주역인 파장초 배구부 졸업생 안호정, 서유라, 김아인, 천수아 4명의 선수를 파장초 체육관에 만날 수 있었다.

”삼대가 모두 배구선수“

파장초 배구부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안호정 선수는 4학년 때 스포츠 클럽을 통해 배구를 접하게 됐다.

안호정 선수는 ”월, 수요일마다 취미로 시작한 덕분에 배구라는 운동을 알게 되고 어떤 것인지 알고 그 매력에 빠졌다“며 처음에는 '언더토스'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가족의 영향으로 배구를 시작하게 된 선수들도 있었다.

서유라 선수는 배구를 취미로 하는 엄마를 따라, 천수아 선수는 공부를 못해 고민하던 참에 친척의 권유로 배구를 하게 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특히 삼대에 걸쳐서 배구를 하는 완벽한 배구선수 집안도 있었다. 

김아인 선수는 배구선수 출신이자 현재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코치인 아빠와 할아버지도 배구를 하셨을 정도로 '특별한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전했다. 

사실 김 선수는 처음에 배구선수를 하라는 아빠와 할아버지의 권유가 있었지만 단박에 거절했다며 ”저희 아빠가 선수로 뛰었던 이야기를 듣고 많이 힘들게 느껴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마음을 바꾼 건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때쯤 엄마가 딸의 에너지 넘치는 체력과 활달한 성격이 배구에 딱 맞다고 생각해 배구를 권유했다.

덧붙여 김아인 선수는 ”사실 그 당시 공부하는 게 좀 힘들었다“고 개인적인 이유도 고백하며 ”확실히 배구가 적성에 맞고 아빠도 자기보다 배구를 더 잘한다고 인정했다“고 말하면서 아빠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될 것을 자신했다.

”내가 쓴 부적이 제일 짱이에요“

여러 경기를 뛰다 보면 긴장을 덜어주고 마음의 편안함을 찾아 좋은 성적을 가져오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애착이 가는 특정 물건·행동을 하거나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징크스’를 갖게 된다.

4명의 선수들에게 정말 각각 귀여운 징크스를 가지고 있었다.

(왼쪽 뒷줄부터 시계방향, 안호정 선수, 천수아 선수, 서유라 선수, 김아인 선수) 각자 흥미로운 징크스를 갖고 있는 4명의 선수들은 2020년부터 수원수일여중 배구부에서 활약하게 됐다. / 사진 = 김리원 기자
(왼쪽 뒷줄부터 시계방향, 안호정 선수, 천수아 선수, 서유라 선수, 김아인 선수) 각자 흥미로운 징크스를 갖고 있는 4명의 선수들은 2020년부터 수원수일여중 배구부에서 활약하게 됐다. / 사진 = 김리원 기자

안호정 선수는 소년체전 선발전 3차전에 주전으로 뽑혀 연습경기 때를 회상했다. 평소 수비를 잘 하는 편인 안선수는 그날따라 수비가 잘 안 돼서 왜 그런지 생각을 해보니 ‘양말’을 떠올렸다.

안 선수는 “그냥 평범한 스포츠 양말이었는데 그때 자꾸 실수를 해서 그건 지금도 못 신고 있고 제 눈에 안보이게 어딘가에 꽁꽁 숨겨놨다”고 그 양말은 더 이상 보고싶지도 않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했다.

서유라 선수는 좀 특별한 징크스를 말했는데, 바로 빨강색 팬티이다.

작년 우승한 추계배서 서 선수는 빨간팬티만을 입었다며 “다른 경기도 그렇고 빨강색 팬티를 입어야 자신감이 넘쳐서 작년 추계 때는 매일 직접 빨아서 입었다”고 자신 만의 승리 비결을 이야기했다.

옆에 앉은 김아인 선수는 자신만의 징크스는 신발과 더불어 속옷이라고 말하며 속옷색이 회색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수는 “시합에 흰색 속옷을 입고 나가면 느낌이 안좋은데 회색 속옷을 입으면 잘 뛴다”며 “또 회색은 땀이 나면 잘 보이기 때문에 땀에 젖은 저의 회색 속옷을 보면 ‘내가 오늘 열심히 했구나’라고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작년 우승한 추계배 결승전 때에도 서유라 선수가 빨간 팬티를 입을 때 김아인 선수는 회색 속옷을 챙겼다고 했다.

조금 특별한 징크스가 있다는 천수아 선수는 자신이 직접 쓴 부적을 말했다.

천 선수는 “작년 추계배 조별예선 첫 경기 전날, 제가 나름 제작한 부적을 자기 전에 벽에 붙이고 잤는데, 일어나서 보니깐 땅에 떨어져 있었고 그날 첫 번째 예선 경기를 졌다”고 전했다. 

이어 천 선수는“그 다음 예선 경기이후부터는 벽에 부적이 계속 붙어있었고 모든 경기를 다 이겨 추계배의 우승을 했다”며 “5학년 후배도 제 부적 때문에 이긴 거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수아표 부적’을 자랑했다. 

수아표 부적의 제작과정을 물어보니 천 선수는 “메모지에 어떻게 해서 이긴다고 과정을 상세히 적고 다음으로 ‘밟아버리자’, ‘파장초 배구부 우승’ 등등 긍정적인 한마디와 함께 해쉬태그 우승, 파장초배구부 등을 적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호정아, 정말 다 고마워“

천수아 선수는 2019년에 하마터면 선수생활을 그만둘 뻔 했다고 고백했다.

천 선수는 “6학년 초에 부상을 당한 적이 있는데 원래 담 걸린 줄 알았다가 일주일 후에 너무 불편해서 병원 갔더니 늑골 뼈가 부러졌다”며 “소년체전 선발전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잠시 배구를 쉬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 선수는 포기할 수 없었고 다치고 나서도 소년체전 선발전 2차 평가전 때 주전으로 열심히 뛰었는데 아쉽게 졌고 3차전 때는 부상으로 주전으로 못 들어갔다. 

다행히 파장초배구부는 이겨 소년체전에 우승해 경기도대표 티켓을 따냈지만 그때 천 선수는 시합에 못나가 우울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 배구부 후배들과 약간의 오해가 생겨 배구선수를 그만둘까 생각했다. 

이에 천 선수는 “제가 화를 잘 안내는 성격이라서 4,5학년 후배들이 저를 약본다고 생각했고 그때 속상해서 집에서 많이 울었다”고 했는데 부상, 배구팀의 갈등 등 힘든 시기 속 천수아 선수를 위로해주고 지켜준 선수는 안호정 선수였다.

주장인 안호정 선수는 솔선수범 배구부 후배들과 천선수 간의 갈등을 풀게 나섰고 옆에서 격려를 많이 해주는 등 친구이자 배구부 동기인 천 선수가 배구를 계속해서 할 수 있게 도와줬다. 

덕분에 용기를 얻은 천 선수는 “배구부 후배들과 동기들이랑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보기도 했다”며 “힘든 시기인 그때 호정이는 항상 제 옆에 와서 할 수 있다고 응원해줬다”고 울먹이면서 안 선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천수아 선수의 인터뷰를 들은 안호정 선수는 그저 같이 배구를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쑥쓰러워 했지만 서로서로 힘이 되어 힘든 시기를 버텨내는 이들은 이야기 속에서 따뜻한 우정을 느끼게 돼 저절로 흐뭇해지다.

   

“파장초 배구부에는 너가 없으면 안돼” ...②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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