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로 대학 가자!] ❹ 일곱 번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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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로 대학 가자!] ❹ 일곱 번의 기회!
  • 김재호
  • 승인 2019.01.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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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흔히들 말한다

. 그래서 시험에 낙방했다고… 취업에 실패했다고… 사업이 망했다고 인생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로부터 전해온 ‘삼세번’이라는 말도 이와 같은 맥락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세 번은커녕 두 번의 기회도 주지 않는다. 시험 당일 배탈이 나고, 몸살이 몰려와도 결코 유예해주는 법이 없다. 단 한 번의 승부로 1년, 아니 3년을 쏟은 열정이 판가름날 뿐이다. 이 같은 냉정한 장본인은 수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바로 정시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논술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라!

10년 전 재수를 하고서도 고3 때와 마찬가지로 수능에 실패한 학생이 있었다. 수능 다음날, 연락두절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이는 분명 수능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했을 터.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 모습을 드러낸 그 학생의 수능성적은 수시 최저학력기준은커녕 정시 수도권 대학조차 힘들 정도였다.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그 학생은. 그래서 이렇게 조언을 전했다.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있듯이 대학입시엔 수능 단 한 번이 아니라 아직 여섯 번의 기회가 남았으니 오기를 가지라고. 그 학생은 다행히 논술을 착실히 준비해 놓은 터였기에 최저학력기준이 없었던 아주대 심리학과와 당시 수시 모집정원의 50%를 최저학력기준 없이 선발한 숙명여대 인문학부를 합격할 수 있었다.

또 4년 전 만난 분당 한 고등학교의 학생 A군. A군을 처음 만난 건 그 해 1월 첫 째주였다.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은 매우 활기차고 절도가 느껴지는 군인같은 인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A군의 목표는 육군사관학교나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였다. A군은 1월부터 착실히 논술을 준비하면서 모의고사 성적도 매우 우수한 편이었다. 국어 성적이 1~3등급으로 들쭉날쭉했지만, 수학과 영어는 안정적인 1등급이었다. 그러다 8월에 육군사관학교 필기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역시 실력대로 합격이었다. 그때부터 육사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면접과 체력테스트에 전념했다. 그러면서 논술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면접과 체력테스트까지 무난히 통과해 최종 관문인 수능 직전 1.5배수까지 합격했다. 하지만 수능을 망치고 말았다. 1.5배수에서 살아남을 만한 점수가 아니었다. 1등급을 유지하던 수학과 영어도 2등급으로 내려앉았고, 국어는 말도 못할 점수를 받았다. 수능 이후 논술 대학별반에 온 A군의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초췌했다, 세상의 모든 고뇌를 짊어진 등신불처럼. 당시 수시 논술을 지원한 연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는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원천 탈락했고, 그나마 다행히도 중앙대와 한국외대, 동국대는 최저를 맞춰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얻었었다. 하지만 A군은 육사 탈락이라는 충격으로 넋을 잃고 혼이 빠진 듯했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최소한의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희망과 용기를 전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세 대학의 논술전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논술은 보험이다

A군은 이듬해 재수를 했다. 수능점수로는 서울권 대학에 합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 재수를 하면서 A군은 재수종합학원에 전념하다 5월부터 다시 논술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육사의 문을 다시 한 번 두드렸다. 역시 1차 필기시험과 2차 체력테스트, 3차 면접까지 무난히 합격했다. 수능으로 최종 선발하기 직전 1.5배수까지 고3 때처럼 일사천리로 합격했다. 하지만 또 다시 불행의 폭풍이 밀려왔다. 또 수능을 망친 것. 그런데 수능 이후 논술 대학별반에 모습을 드러낸 A군은 전년도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학습효과라고나 할까, 그렇게나 의기소침했던 전년도에 비해 A군은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결과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의욕이 불타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전년도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제부터라도 힘내라고 희망을 전해주려 했는데, A군 스스로 그 희망을 한껏 장착하고 나타난 것이다.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이런 징조처럼 역시 A군은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한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은 원천 탈락했지만, 최저학력기준을 맞춘 한국외대와 동국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A군은 자신이 원하던 육사나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합격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는 진학하는 기회를 잡았다.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논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A군은 고3 때는 육사에 올인하면서 논술을 등한시했지만, 재수를 할 때에는 논술도 혼신을 다해 준비했던 것. 이처럼 A군이 논술을 충실히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결과마저도 얻을 수 없지 않았을까 싶다. A군은 자신이 거둔 최소한의 수확을 기쁜 마음으로 필자의 페이스북에 남기기도 했다.

위험은 분산해야

수능은 단 한 번으로 결과를 내기 때문에 3년간 아니 재수 삼수생의 경우 4~5년간 쌓은 실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게 만들 우려가 없지 않다. 그런데도 여섯 번의 기회를 마다하고 단 한 번 뿐인 수능에 올인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물론 수능이 자신의 성적 만큼 나온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자신의 성적 만큼 나오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그래서 수시 여섯 번의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수능은 한 번이지만, 수시(학종+논술)는 여섯 번이다. 어제 논술시험은 망쳤지만, 오늘은 절치부심하면 된다. 그러면 최소한의 결과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 한 번의 승부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이 위험부담이 작지 않다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특히 고3의 경우 다수의 학생들이 모의고사 성적과 상응하는 수능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시만 집중하는 것은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면서 한 곳의 투자회사에 몰빵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위험은 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생에도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정시 하나에 집착하며 3년의 열정을 불태울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특히 논술은 글로 하는 면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논술 위주와 학생부 위주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가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오듯이 대입에는 일곱 번의 기회가 엄연히 주어진다.


한양대 국어교육학 석사 

논문, 「대학입시 논술문제 유형화와 지도방법에 대한 연구」

이슈&논술 입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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