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시각] 수요 집회, 거리에서 2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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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시각] 수요 집회, 거리에서 27년
  • 임상원 학생 (수원외고 2학년)
  • 승인 2019.09.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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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외고 2학년 임상원
수원외고 2학년 임상원

 책 <25년간의 수요일> 속에서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일본에 비단 짜는 공장으로 취직해준다 해서 가서 비단 짜면 돈도 잘 벌고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드리면 논도 사고 밭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라고 말한다. 열여섯 꽃다운 나이를 회상한 할머니는 끔찍한 비극의 시작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1학년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책 <25년간의 수요일>을 읽고 매주 수요일 정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은 전쟁에서 겪은 참혹한 피해를 겪은 할머니들의 증언을 통해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 할머니들의 억울함을 보여주었고 짧은 역사 지식으로 알고 있던 단순한 역사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1990년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 결성되고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수요 집회가 개최되었다. 그 후로 매주 수요일 12시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 집회가 열린다. 이 수요시위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집회로 기록되고 있고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집회를 하고 있다는 것은 과거의 역사가 깨끗이 청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1932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 우리나라가 광복한 1945년까지 일본군은 조직적으로 위안부를 동원했다. 1930년대 일본은 군대를 앞세워 동남아시아 지역을 점령해 나갔고 당시 일본에 일부 영토를 점령당했던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민간인 여성이 포함되었으며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많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책 내용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보면 비단 공장에 취직하러 가는 줄 알고 따라나섰다가 일본군 위안부에 끌려갔다고 한다. 끌려간 어린 소녀들은 일본군에게 부속품 같은 존재로 여기고 고장 나면 갈아 끼우는 그런 나사못 같은 부속품으로 취급을 당했다. 만약 임신하게 되면 활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어 소녀들은 총살을 당했고 총살을 당하지 않으면 낙태를 시켜 다시 위안소로 돌려보냈다. 일본군은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소녀들을 끊임없이 갈취했다. 그리고 광복 후 할머니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위안소에서 머리를 너무 맞아서 일찍부터 귀가 잘 안 들리는 고통, 폭력과 고문, 죽음의 경험 때문에 해방 후 남자, 특히 군인을 보면 그 공포가 되살아나고 엄청난 후유증을 앓아야 하셨다.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돌아온 할머니들은 1990년대 이전까지 정부와 사회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지내야 했다. 아무도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아니 들었어도 오히려 침묵했다. 하지만 용기 있는 김학순할머니의 증언으로 오랜 침묵을 깨졌고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27, 할머니 한분 한분이 용기 내서 증언하시고 그 소리에 모든 국민은 귀 기울여 함께하기 시작했다. 전쟁에서 겪은 참혹한 역사를 용기 있게 증언하시고 초기의 냉담한 사회 분위기와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수요 집회 자리를 지키셨던 할머니들은 누구보다 훌륭한 역사 선생님이자 인권 활동가로 거듭나시며 수요 집회의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세계 곳곳에 일본군의 만행을 알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지켜내는 할머니들의 용기와 인내가 바로 수요 집회인 것이다.

27년 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모이고 함성도 커졌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양복을 입은 아저씨도 동참했다. 스스로 몸을 보살피기 힘든 장애인도 있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도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우리는 한국인으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책임의식 때문이다.

이제 생존해 계신 분들이 27명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 자리를 국민과 시민들이 지킬 것이라 믿는다. 역사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 그 자리를 미래세대인 우리 청소년도 지켜내야 한다. 일본 정부가 돈 몇 푼으로 무마시킬 역사가 아니고 제대로 반성하고 뉘우치는 그 날까지 모두가 함께할 것이라 믿는다.

 

 

 

편집 : 김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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